동네방네 김형규 기자 | 정선의 숲에서 자란 나무는 단순한 목재가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궁궐을 떠받치고, 한양의 거리와 백성의 삶을 지탱한 ‘황장목’. 그 소나무는 바위와 눈비를 이겨내며 수백 년을 버틴 끝에, 사람의 손에 깎이고 다듬어져 강물 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물길을 따라 목숨을 걸고 서울까지 운반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정선뗏꾼’이었습니다.
(재)정선아리랑문화재단은 2025년 7월 30일 오후 2시, 특별기획전 《황장목과 정선뗏꾼》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역사 회고가 아닙니다. 황장금산(黃腸禁山)이라는 이름으로 엄격히 보호됐던 황장목의 문화사, 그리고 그 나무를 산에서 베어내어 물길 따라 서울까지 실어 나른 뗏꾼들의 땀과 기술, 애환과 공동체의 정신을 조명하는 깊은 기록입니다.
전시는 ‘삶의 동반자 소나무’에서 시작하여 ‘서울을 짓다’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척박한 땅에서 꿋꿋이 자란 소나무는 단단하고 썩지 않아 궁궐의 기둥이 됐고, 정선의 뗏꾼들은 그 나무를 골안떼로 엮어 한강 물줄기 따라 마포나루까지 이르렀습니다. 뗏꾼의 손에는 노 대신 강다리와 삿대가 있었고, 가슴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굳은 다짐이 있었습니다.
황새여울과 된꼬까리, 골안떼가 지나온 거친 여울마다 스며든 삶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가 아리랑과 만나며 전해진 민초의 감정선까지. 이번 전시는 정선이라는 땅과 물, 사람, 문화가 얽히고설켜 만든 유산을 ‘기억’하고 ‘재해석’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전시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 20세기 초의 신문 기사 등 역사 자료는 물론, 정선 뗏꾼의 생생한 증언과 아우라지 축제의 뗏목 재연 사진까지 함께 소개되어, 정선의 유산이 한 시대의 생활문화이자 국가 기반이었음을 입증합니다.
(재)정선아리랑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라진 물길 위에 잊혀졌던 사람들의 숨결을 다시 불러내고자 합니다. 《황장목과 정선뗏꾼》은 나무와 인간, 강과 도시를 잇는 유기적 사슬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