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김형규 기자 | "37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중국집을 했습니다. 생전 처음 겪은 물난리에 장사를 접으려고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죽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다시 살아야지요"
월요일부터 다시 손님을 받기 위해 1일 연신 마당에 물을 뿌리고, 집기를 정리하던 대의반점 배영자(71) 씨는 "피 같은 밀가루가 물에 둥둥 떠다닌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지난달 20일과는 달랐다.
의령군 대의면에 기록적인 폭우로 구성마을이 절반 넘게 잠겨 식당, 점포 이십여 곳이 형태를 분간 할 수 없이 초토화됐지만 2주가 지나고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집, 40년 가까이 같은 곳에서 장사한 중국집, 동네 이발소, 마을 사랑방과 같았던 우체국 등이 8월 시작과 함께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식당들은 저마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가게마다 수천만 원씩 경제적 손실을 입었는데 영업마저 중단하거나 늦춘다면 더 이상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업주들의 이런 판단은 대의면 지리적 여건에서 오는 상권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마쌍식육식당 이하늘(29) 사장은 "대의면은 진주시와 합천군·산청군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오다 가며 중간에 식사하는 외지 손님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수해 피해 지역이라는 인식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 매출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생비량우체국과 삼가우체국에 택배를 보내는 주민들의 불편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 대의우체국도 1일 영업을 시작했다.
이태훈 국장은 "집마다 물에 잠기는 바람에 통장을 다시 만들러 오는 분들이 많았다. 전산이 안되니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공공기관에 대한 복구 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이지만, 주민들의 생활 안정에 우체국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의면 문화·복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조성 중인 기초생활거점사업 공사도 재개되면서 대의면사무소 일대에 건설장비의 기계음과 인부들의 작업 소리로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4일 간부회의에서 오태완 군수는 "의령군 공직자들은 수해 지역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대의면 식당을 찾아 외식에 동참해 달라"며 “나부터 대의면 식당에서 점심을 자주 먹겠다. 대의면 골목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 복구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